
늘 먹던 추어탕이 어디서 시작됐는지 문득 궁금해졌어요. 그래서 이름의 뜻부터 논에서 미꾸라지를 잡던 풍경, 옛 문헌 속 이름까지 차근차근 찾아봤어요 🍲
추어탕이라는 이름에 담긴 뜻
추어탕이라는 이름은 한자에서 왔어요. '추어(鰍魚)'는 미꾸라지를 뜻하고, '탕(湯)'은 국이나 뜨거운 국물을 뜻해요. 그러니까 추어탕은 글자 그대로 '미꾸라지 국'이라는 뜻이에요.
미꾸라지를 가리키는 한자 '추(鰍)'는 이렇게 풀이하기도 해요. 이 글자는 물고기를 뜻하는 '어(魚)'와 미꾸라지가 우는 소리를 나타내는 '추(秋)'를 합친 의성어예요. 한편 '추(秋)'가 가을을 뜻하는 글자이기도 해서, 가을에 먹는 통통한 미꾸라지와 연결해 풀이하는 이야기도 함께 전해져요.
추어탕은 '추탕'이라고도 불러요. 사전에서는 추어탕을 미꾸라지를 넣고 양념하여 얼큰하게 끓인 국으로 정의하고 있어요.
추어탕이 처음 기록된 시기
추어탕의 역사는 고려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가요. 1123년 발간된 『고려도경(高麗圖經)』은 고려 중기 송나라 사절의 한 사람으로 고려에 왔던 서긍(徐兢)이 남긴 책인데, 이 책에 추어탕과 관련된 기록이 실려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어요.
다만 추어탕이 문헌상 정확히 언제 시작됐는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어요. 그래서 『고려도경』의 기록은 추어탕의 출발점이라기보다 '아주 오래전부터 먹어 온 음식'이라는 걸 보여 주는 단서로 이해하는 게 정확할 것 같아요.
논에서 시작됐다는 유래 이야기
추어탕의 유래로 가장 널리 알려진 이야기는 벼농사가 끝나고 논의 물을 빼는 과정에서 잡히는 미꾸라지를 끓여 먹었던 데서 시작됐다는 속설이에요.
그 장면도 꽤 구체적으로 전해져요. 논을 말리려고 논의 바깥쪽으로 수로를 파서 물을 빼면, 논바닥에서 미꾸라지가 누런 배를 보이며 기어다녔대요. 그걸 담아다가 추어탕을 끓였다는 거예요.
추어탕의 유래는 이렇게 농사의 한 과정과 맞닿아 있어요. 따로 귀한 재료를 구해서 만든 음식이 아니라, 농사일 끝자락에 논에서 자연스럽게 얻은 재료로 끓여 먹던 음식이었어요.
신분을 가리지 않고 먹던 보양식
추어탕은 옛날에도 정력에 좋다고 알려져서 하인과 소작농은 물론 양반도 즐겨 먹던 음식이었어요.
다만 양반들의 태도는 조금 달랐어요. 양반들은 추어탕을 두고 천한 이들이나 먹는 음식이라고 말하곤 했다는 이야기가 전해져요. 몸에 좋다는 건 알면서도 겉으로는 낮춰 보던 음식이었던 거죠.
추어탕은 지금도 가정에서 보신용으로 많이 만드는 음식이에요. 서민들의 영양 보양식이라는 성격이 오늘날까지 그대로 이어지고 있어요.
잘 모르는 사실: 조선시대에는 '추두부탕'이었다
추어탕은 조선시대 조리서에서는 찾아보기 어려워요. 그런데 『오주연문장전산고』에는 '추두부탕(鰍豆腐湯)'이라는 이름으로 기록되어 있어요.
저는 이 부분이 가장 의외였어요. 고려 때 기록이 있다는 음식이 정작 조선시대 조리서에서는 추어탕이라는 이름으로 등장하지 않고, 다른 문헌에서 미꾸라지(鰍)와 두부(豆腐)를 함께 붙인 이름으로 나타나는 거예요.
시대순으로 짚어 본 추어탕의 발자취
이렇게 놓고 보면 추어탕은 시대마다 조금씩 다른 모습으로 남아 있어요.
- 고려시대(1123년): 송나라 사절이 남긴 『고려도경』에 이미 흔적이 보여요
- 조선시대: 정작 조리서에서는 빠지고, 『오주연문장전산고』에 '추두부탕'이라는 이름으로 나타나요
- 옛 생활 속: 논물을 빼던 철에 잡아 끓였고, 양반부터 소작농까지 두루 먹었어요
- 현재: 그 보양식이 이제는 집에서 끓여 먹는 보신 음식으로 이어지고 있어요
이름 한 글자, 논바닥 풍경 하나에도 이야기가 숨어 있다는 걸 알고 나니 추어탕이 더 정겹게 느껴지더라고요. 다음에 추어탕을 드실 때 오늘 이야기를 한 번 떠올려 보셨으면 좋겠어요 😊
자주 묻는 질문
추어탕과 추탕은 다른 음식인가요?
같은 음식이에요. 부르는 이름만 다를 뿐, 둘 다 미꾸라지로 끓인 국을 가리켜요.
추어탕에 산초가루를 넣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미꾸라지 냄새를 없애기 위해서예요. 추어탕은 반드시 산 미꾸라지로 요리해야 하고, 미꾸라지 냄새를 잡으려면 꼭 산초가루(조피)를 넣어야 해요.
미꾸라지는 언제가 제철인가요?
미꾸라지는 7월에서 11월경까지가 제철이에요. 이 시기에 가장 살이 찌고 맛이 좋아요.
조선시대 요리책에도 추어탕 만드는 법이 나오나요?
조리서에서는 추어탕이라는 이름이 잘 보이지 않아요. 대신 『오주연문장전산고』의 '추두부탕(鰍豆腐湯)'에서 그 흔적을 확인할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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